KBO는 안이했다, 하일성 조차도.

2007/11/26 00:00
  2006년 5월에 해설위원으로 유명했던 하일성 씨가 KBO 사무총장이 되었다. 대체로 정치인이나 관료, 기업인이 총재 자리를 맡곤 했던 (혹은 감투를 잠시 썼던) 탓에, 상대적으로 사무총장은 야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인 경우가 많았으며 하일성 씨도 그런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는 취임일성으로 프로야구 구단 추가 창단(10개 구단으로 야구하겠다), 야구장 건설(돔구장 문제를 협의해보겠다) 등의 방안을 내비친 바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야구계를 대개혁하겠다며 400만 관중, 실업야구 활성화, 유소년 야구 대책 마련 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 유니콘스 매각건에 대해서는 '생각해 둔 바가 있다'며 방법이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연초에는 농협NH가, 연말에는 STX에게 각기 협상의 고배를 마시며 현대 문제는 사실상 좌초하고 말았다.

  하일성 씨가 야구 행정가로서 KBO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야구에 대한 애정으로 헌신하고 있는데에는 박수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하일성씨의 인터뷰와 실제 행정에 비추어 볼 때 KBO의 우선순위가 많이 잘못 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프로야구 400만 관중 시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과정이야 어찌됐든 실제로 400만 관중을 이루어낸 점에는 응원을 보낸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400만 관중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 매각 문제였다.

  현대 유니콘스가 서울로 연고지 이전을 하고도 LG, 두산 두 서울 구단에게 54억원을 지불하지 못해서 서울 입성을 하지 못한 일은 누구나 안다고 할 수 있는 문제다. 야구 행정을 진두지휘하는 하일성 씨가 절대 모를 리 없었다는 얘기다. 그 뒤에는 모기업으로부터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확정되기까지 했는데, 물론 KBO에서 몰랐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도 이 상태에서 KBO는 '현대 문제를 모든 조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최우선 과제로 삼았어야 했다. KBO에게는 백억여원의 운영 기금이 있었을 뿐, 현대 유니콘스는 백억 이상의 적자를 내는 야구단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시점에서 KBO는 느긋하게 협상에 임한다. '프로야구 구단'인데 인수하는 데가 없겠어라고 생각이라도 했는지, 우여곡절 끝에 농협NH가 인수 의사를 타전해 보자 이를 서둘러 언론에 발표한다. '거봐, 있잖아'
  농협의 성격상 언론으로부터도 뭇매를 맞고, 일부 농민들도 적자사업인 야구단 인수가 말이 되냐며 투쟁을 시작, 한번 떠봤던 농협은 적절히 언론 플레이만 하다가 발을 빼버린다. 이때부터 인수자는 나서지 않고, KBO는 8개 구단으로 시즌을 시작하기 위해 선수단 운영비에 KBO기금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실패한 이상 이렇게라도 해야했다는건 탓하는 바 아니다) 은근슬쩍 현대의 매각대금은 80억원으로 결정이 된다.

  시즌이 종료되어 갈 무렵, STX가 인수 의사를 타전한다. KBO는 신나서 얘기해준다. '이것 봐, 인수자가 더 이상 없는게 아니야! 중견기업이야!' STX는 완전히 여유로운 상태에서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다가, 마침 그룹 간부의 비리사건이 터지자 프로스포츠계에서 몇발짝씩을 떼버린다. 이미 KBO는 100억원 이상을 현대의 운영기금으로 소비한 상태다.

  이제 프로야구는 내년 시즌 7개 구단으로 치른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관중의 숫자는 경기력이나 순위다툼에 따라 추세를 탈 수 있다. 그러나 구단 숫자가 줄어드는건 치명적인 문제다.
  KBO는 400만 관중만 동원되면 야구판의 매력이 증명된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걸까? 여전히 이들은 적자 기업이다. 설령 현대 매각에는 실패하더라도, 프로야구의 수익구조를 찾으려는 노력은 KBO가 함께 할 수 없는 것일까? 하다못해 구단의 구장 소유 제한이나 광고권한에 대한 규정을 하고 있는 스포츠산업진흥법에 대한 공식적인 로비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야구계를 개혁하고 싶다면, 프로야구에 경영 마인드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향이 아니면 안 된다. 현대를 KBO가 구매해줄 수는 없지만, 견인차 역할은 해줄 수 있었으리라. 아직 시간이 남았다.

대한야구협회의 하프돔 공유 제안

2007/11/23 15:31
  대한야구협회가 동대문야구장을 대체해 아마야구 전용으로 사용될 예정인 고척동 하프돔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할 구단과 구장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훌륭한 제안이다.

  그러나 이 제안은 모든 구단을 대상으로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대를 인수할 구단에게만 제시하는 것은 현대 매각이 좀처럼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해도 인수의 최대 난제가 구장 문제는 아닌 것이다. 현대 유니콘스의 운영 적자가 지금의 1/10 수준만 되었더라면 (물론 말이 쉬운 얘기로, 가정일 뿐이다) 매수자가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을 터다.
  새 구장이 매력적이기는 하겠지만, 현대 유니콘스는 아직 LG, 두산 두 구단에게 서울 입성의 조건인 54억원을 지불하지 못했다. 그것이 유니콘스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고도 수원에서 정처없이 타향살이를 하고 있던 이유다. 4차례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던 구단이 단돈 80억원에(역시 쉽게 말해서 죄송하다) 나와도 거들떠보지 않는데, 친절하게 54억원을 더 얹어준다고 해서 새 구장에 낚일리 만무하다. 게다가 고척동 하프돔은 2010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오히려 서울 구단인 LG와 두산에게 제안하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현 상황에 새 구단이 생길리는 없고, 비서울 연고구단에게 연고이전을 제안하는 것도 넌센스다. 그런데 잠실구장은 두집 살림이다. 두 구단 중 적어도 하나가 보통 이상의 야구단 경영 마인드가 있다면, 구장을 홀로 사용하는게 수익구조를 개선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릴 것이다.

  서울시도 전글에서 말했듯, 구장을 3만석 규모로 재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전국을 막론하고 제대로 봐줄만한 구장이 드문 야구 인프라에, 서울에 2만석 규모의 아마야구 전용 구장이라니 여유도 너무 여유다. 혹자는 프로야구 평균 관중이 만오천명 미만인데 2만석으로 충분하지 않느냐고 한다. 단정적으로 말하면, 평균 2만명의 관중이 와야 야구단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목표로 한다면 2만석 규모에 2만명의 관중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마야구를 위해 마련한, 동대문야구장의 대체 구장이 왜 프로구장으로 사용되어야 하는가라는 얘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것 네것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프로구단이라 해도 기업 마음대로 구장을 지을 수도 없고, 야구계는 구장 문제에 관련한 지자체의 건설 계획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아닌가. 이왕 서울시가 새 구장 계획을 내놓은 바에는 야구계가 같이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 대한야구협회의 제안은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본 고교야구선수권대회(일명 고시엔)도 한신 타이거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다. 고척동 하프돔이 프로와 아마 양쪽이 상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