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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0 : 촛불집회 다녀왔습니다

2008/06/11 01:41
  전에 무정차하고 지나갔다고 말이 많아서 오늘 지하철이 시청, 광화문 등의 역을 운행할 것인지 불안하긴 했습니다만 시청에서 내려 친구와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뭐... 예상한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시청에서 만났지만 컨테이너를 보기 위해서 이순신 동상 앞까지 걸어갔습니다. 인파도 장관이었지만 명박산성도 장관이었습니다. 이미 제가 간 7시 쯤에는 센스있는 그라피티와 현수막 등이 걸려있던 상태였고요.
  내일 철거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한국 민주주의의 한 상징이 될 수 있는 문화재급으로 놔둬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가 세종로를 광화문 광장으로 만드는 기획이 추진 중이라고 아는데 꼭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봅니다 [...] 그리고 서울에 랜드마크가 없다며 갖은 건물들을 기획했던 이명박 전 시장 혹은 오세훈 시장은 이걸 보고 느껴야 하는게 있어야 합니다.

  걸어다니는 도중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 쪽이 출력이 큰 앰프를 차지하고 발언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자유발언을 드리지 못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글쎄요. 오늘 참여해보고 느낀건, 주도세력이 없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이번 시위에서 절차적인 발언대, 혹은 진행자 역할을 하게 된 대책회의 쪽의 역량이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여타의 분석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더라도, 확성기를 끄자! 구호를 되찾자!라는 기사에서 짚어내고 요구하고 있는 바는 분명 들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이명박을 심판하자는 구호를 외쳐줄 것만 부탁하는 무대에 반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같이 구호를 따라해주지 않는 것은 당연한 반응입니다. 어청수 경찰청장이나 폭력경찰에 대한 구호는 훨씬 반응이 좋았으니까요.
  (노파심에서 말해두지만 포인트는 집회를 진행해가려는 방향성을 얘기하는 것이지, 퇴진 등의 구호가 잘못되었다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메세지와 분위기를 함께 내뱉어버리는 방향이 아니라 자유 발언과 같은 모습이 다시 살려야 할 이번 시위의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가지 더. 대책회의 쪽에서 발언하기를 정운천 장관이 무대에 올라와서 발언하기를 요청했는데 대책회의 쪽에서 거절했다고 하면서 자랑하더군요.
  이 얼마나 바보짓입니까. [...]
  컨테이너로 길을 막아놓은 그 광경 앞에 모여 소통하지 않는 정부를 비판하면서, 협상의 당사자인 장관이 어찌됐던간에 직접 시민들이 모인 아고라로 와서 발언하겠다는데, 그걸 왜 거절합니까? 그리고 대책회의는 누구에게 그 권한을 일임받아서 거절합니까?
  인터뷰를 보니 사과하러 했다고 하는군요. 이 사과의 진실성을 의심한다고 칩시다. 그리고 설령 올라와서 뻔하고 뻔한 발언을 한다 쳐도, 심지어는 국민을 조롱하고 무시한다 해도, 그는 그 발언 자체로 스스로 심판받는 것입니다. 왜 아고라의 기능을 스스로 갖다 버립니까? 투쟁에 방해가 되나요?
  정 장관이 그래도 직접 찾아와서 진입하려 하는 모습을 봤는데 (기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플래시를 터뜨리기에 가봤습니다) 사람들이 둘러싸고 '매국노'를 연호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골목길로 도망쳐 사라지고 사람들만 남았습니다. 뭐.. 그게 그의 운명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세종로 그 거리에서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명박산성 건너 종종 저편에서 들려오는 종로경찰서장의 목소리였습니다. 발언을 한건 9시 정도부터인거 같지만 그 전에도 마치 랩 하듯 자꾸만 스피커 테스트를 하더군요. "아 아, 테스팅 테스팅 쉬엑 쉑" 이 문구만 몇번이나 반복해서 웃겼습니다.
  9시 부근의 발언 내용은 이랬습니다.
  "여러분의 집회로 인해서 많은 시민들이 교통에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이 집회는 불법 집회입니다. 속히 해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니까, 사무기능밀집지역에 컨테이너를 갖다놓고 아침 출근길 시민들에게 엄청난 불편을 가져다 준 쪽에서 한 말입니다. 무척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지요. [...] 컨테이너나 빼고 말씀하시지 말입니다.

  제 글은 또 한 사람의 개인적인 감상글이 될 따름이겠지만, 스스로의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없기에 올립니다. 혹 이 시위 자체가 가져올지도 모르는 정치적인 변동은 아주 작은 부분이 될 겁니다. 여기에 참여하고 어떤 형태로든 광장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이 추억은 유전자처럼 남을 테니까요.

덧 | 스스로의 일기에, 제게 이런저런 시야를 넓혀 준 친구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