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결정할 때가 됐다. 시즌 2/5선(40%)이 다가왔을 때 팀 승률이 최소 4할5푼을 넘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4강은 포기해야 한다. 이를 목표로 잡고(23승) 진행하려면 앞으로 26경기 동안 6할이 넘는 승률을 거둬야 한다. 현재의 롯데(0.591)보다 높은 승률을 거둬야 한다는 얘기다. 엄청난 전력 상승이 있지 않는 한, 이게 가능할까?
간단한 숫자놀음이었다고 치고 팀 상황을 살펴보자. 팬들의 마음은 갈갈이 찢어져 어디 하나 성한데가 없어보이겠지만.
일단은 포수가 큰 구멍으로 보인다. 김상훈이 인대 부상을 입고 차일목과 송산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동안 팀 방어율은 크게 올라갔다. 물론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괜찮은 타격감을 보이며 0.333의 타율을 기록하던 8번 타자도 사라졌다. 차일목/송산은 주전으로 길게 기용된 적이 없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의 능력을 걱정했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평상시에도 좋지 않다.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고 탓할 수는 있어도, 두 선수는 어리지 않다. 적어도 차일목은 2007 시즌에 7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다. 조범현 감독이 김상훈을 집중 육성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는 있었지만, 지금의 팀에는 당황스런 상황이 되고 있다. 김상훈은 최소한 2주가 지나야 복귀를 얘기할 수 있는 듯하다.
팀 방어율이 어찌 포수만의 문제겠는가. 투수진도 심각하다. 지난 시즌까지 뒷문을 막아주던 신용운은 군대로 갔고, 대신 군복무를 마친 유동훈이 불펜진에 투입되었다. 불펜은 지난 해보다 좋지 않다. 어리고(경험이 없으며) 컨트롤이 뛰어나지도 않으며(그럴 수 있다) 침착하지 않다. 꼭 감성적인 언어로 풀어놓지 않더라도, 4.59의 팀 방어율(7위)에는 불펜진의 방화도 한 몫을 차지한다.
로테이션이 두 바퀴 돌기 전에는 탄탄한 듯 보였던 선발진도 작년 수준으로 돌아섰다. 서재응의 피안타율은 0.292로 꽤 잘 맞아나가고 있다. 리마는 2군에 가 퇴출될 분위기고 전병두는 시즌 첫 선발등판을 제외하곤 여전한 투구 내용을 보이고 있다. 에이스 윤석민만이 외로이 퀄리티 스타트를 쌓아가고 있을 뿐이다.
타선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타이거즈의 팀 타율이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 기록에는 상대 투수들에게 철저히 공략당한 경기들도 포함되어 있다. 양보해서 이 경기들은 시즌 중의 몇 경기 일뿐이라고 하자. 그렇게 생각하면 타이거즈가 안타를 아예 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찬스도 많이 만들어내는 편이다. 문제는 좀처럼 득점은 하지 못한다는거다. 단적인 예가 17번의 만루 상황에서 단 한 번 안타를 쳤다는 기록에서도 나온다.
팬들도 결정을 하자. 팀은 몇년간 거의 보여줬다. 감독 바꾸기, 새 감독 모셔오기, 지명권 가진 메이저리거들 데려오기. 그러나 팀의 성적은 점점 곤두박질치고 있다. 왜일까?
애써 잊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조범현 감독의 임기는 2년이다. 올해가 타이거즈 감독으로 맞는 첫 시즌이다. 그런데 조 감독의 행보를 보면 그는 무척 조급해보인다. 개막전엔 나지완을 4번 타순에 놓을 정도였던 그가 최근 몇 주 동안은 타율 1할이 안되는 김종국을 계속 기용한다. 이유는 시즌 초반에 1승이 급하기 때문이란다. 노아웃에 주자가 나가도 다음 타순에는 누구나 예측하듯 번트를 지시한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서 한 구 한 구 벤치의 사인을 받으며 플레이한다. 이런 현상은 조급증 외에 딱히 해석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재응, 한기주의 컨디션을 생각해주고 이대진, 정민태를 교대 기용하는 것은 그나마 양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멤버를 가지고 우승을 못하다니'라든가 '다들 정신이 썩어빠졌어. 줄빠따 맞아야 정신 차리지' 같은 식의 의견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선수가 당연히 받아내야 할 성적이란 건 없다. 야구는 개인과 개인의 대결에 집중하지만 팀과 팀이 맞붙는 스포츠다. 성적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의 이야기고, 팬들은 결과를 보고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소위 제대로 집중하지 않고 경기를 한다든가 의욕이 부족하다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성적을 보고 선수들을 나약한 사람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 차라리, 실력이 없다고 해라. 그 편이 덜 모욕적이겠다.
시즌 2/5선에서 타이거즈는 어떤 위치에 있게 될까. 불행히도 팬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과를 논하는 것 정도다. 내가 생각하는 올 시즌 타이거즈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은 순위를 깨끗이 포기하고 타자 유망주들을 우선적으로 기용하는거다. 2006년을 딛고 이용규가 없으면 안 될 주전으로 성장했듯, 올해를 딛고 김주형, 나지완, 김선빈이 주전급으로 성장하길 빈다. 발데스와는 몇년이고 함께 할 수 없을테고, 홍세완이 회복되어 유격수로 다시 나선다고 해도 유격수 홍세완을 쓰려면 반드시 부상에 대처할 훌륭한 내야수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용규가 거의 홀로 외로이 지키고 있는 외야도 든든한 외야수가 한 명은 있어야 할테고.
실제로는 천차만별의 스타일을 한 카테고리에 묶는 것 같지만- 흔히들 '스몰볼'이라고 하는 야구의 스타일은, 실점을 최소화하면 어떻게든 타선이 몇 점은 벌어준다는 계산 아래 가능하다. 여기서 타선이 벌어야 할 점수는 당연히 예상 가능한 팀의 실점을 상회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투수들은 실점을 하기만 하면 진다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투구를 하지 못하고, 타선은 타선대로 위압감에 사로잡혀 하는 플레이로는 당연히 이길 수가 없다. 감독 또한 무리한 작전으로 스스로 득점 가능한 확률을 날리면서 '데이터 야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타이거즈 팬으로서의 나는, 선수들을 욕하지 않기 위해 / 야구를 보며 오히려 스트레스를 쌓지 않기 위해 팀의 순위를 포기했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이 재미있다. 실수를 하더라도 괜찮다. 그들은 아직 선배들이 경험했던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2/5선 - 다른 타이거즈 팬들은 어떤 심정으로 야구를 보고 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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