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20% 진행된 시점의 타이거즈

2008/04/29 02:16
  지난 주말 3연전을 마치고 시즌 126경기 중 25경기를 치렀다. 1/5선이다. 팀은 어느 때보다도 좋지 않은 0.280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결정할 때가 됐다. 시즌 2/5선(40%)이 다가왔을 때 팀 승률이 최소 4할5푼을 넘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4강은 포기해야 한다. 이를 목표로 잡고(23승) 진행하려면 앞으로 26경기 동안 6할이 넘는 승률을 거둬야 한다. 현재의 롯데(0.591)보다 높은 승률을 거둬야 한다는 얘기다. 엄청난 전력 상승이 있지 않는 한, 이게 가능할까?

  간단한 숫자놀음이었다고 치고 팀 상황을 살펴보자. 팬들의 마음은 갈갈이 찢어져 어디 하나 성한데가 없어보이겠지만.

  일단은 포수가 큰 구멍으로 보인다. 김상훈이 인대 부상을 입고 차일목과 송산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동안 팀 방어율은 크게 올라갔다. 물론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괜찮은 타격감을 보이며 0.333의 타율을 기록하던 8번 타자도 사라졌다. 차일목/송산은 주전으로 길게 기용된 적이 없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의 능력을 걱정했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평상시에도 좋지 않다.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고 탓할 수는 있어도, 두 선수는 어리지 않다. 적어도 차일목은 2007 시즌에 7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다. 조범현 감독이 김상훈을 집중 육성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는 있었지만, 지금의 팀에는 당황스런 상황이 되고 있다. 김상훈은 최소한 2주가 지나야 복귀를 얘기할 수 있는 듯하다.
  팀 방어율이 어찌 포수만의 문제겠는가. 투수진도 심각하다. 지난 시즌까지 뒷문을 막아주던 신용운은 군대로 갔고, 대신 군복무를 마친 유동훈이 불펜진에 투입되었다. 불펜은 지난 해보다 좋지 않다. 어리고(경험이 없으며) 컨트롤이 뛰어나지도 않으며(그럴 수 있다) 침착하지 않다. 꼭 감성적인 언어로 풀어놓지 않더라도, 4.59의 팀 방어율(7위)에는 불펜진의 방화도 한 몫을 차지한다.
  로테이션이 두 바퀴 돌기 전에는 탄탄한 듯 보였던 선발진도 작년 수준으로 돌아섰다. 서재응의 피안타율은 0.292로 꽤 잘 맞아나가고 있다. 리마는 2군에 가 퇴출될 분위기고 전병두는 시즌 첫 선발등판을 제외하곤 여전한 투구 내용을 보이고 있다. 에이스 윤석민만이 외로이 퀄리티 스타트를 쌓아가고 있을 뿐이다.
  타선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타이거즈의 팀 타율이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 기록에는 상대 투수들에게 철저히 공략당한 경기들도 포함되어 있다. 양보해서 이 경기들은 시즌 중의 몇 경기 일뿐이라고 하자. 그렇게 생각하면 타이거즈가 안타를 아예 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찬스도 많이 만들어내는 편이다. 문제는 좀처럼 득점은 하지 못한다는거다. 단적인 예가 17번의 만루 상황에서 단 한 번 안타를 쳤다는 기록에서도 나온다.

  팬들도 결정을 하자. 팀은 몇년간 거의 보여줬다. 감독 바꾸기, 새 감독 모셔오기, 지명권 가진 메이저리거들 데려오기. 그러나 팀의 성적은 점점 곤두박질치고 있다. 왜일까?
  애써 잊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조범현 감독의 임기는 2년이다. 올해가 타이거즈 감독으로 맞는 첫 시즌이다. 그런데 조 감독의 행보를 보면 그는 무척 조급해보인다. 개막전엔 나지완을 4번 타순에 놓을 정도였던 그가 최근 몇 주 동안은 타율 1할이 안되는 김종국을 계속 기용한다. 이유는 시즌 초반에 1승이 급하기 때문이란다. 노아웃에 주자가 나가도 다음 타순에는 누구나 예측하듯 번트를 지시한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서 한 구 한 구 벤치의 사인을 받으며 플레이한다. 이런 현상은 조급증 외에 딱히 해석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재응, 한기주의 컨디션을 생각해주고 이대진, 정민태를 교대 기용하는 것은 그나마 양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멤버를 가지고 우승을 못하다니'라든가 '다들 정신이 썩어빠졌어. 줄빠따 맞아야 정신 차리지' 같은 식의 의견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선수가 당연히 받아내야 할 성적이란 건 없다. 야구는 개인과 개인의 대결에 집중하지만 팀과 팀이 맞붙는 스포츠다. 성적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의 이야기고, 팬들은 결과를 보고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소위 제대로 집중하지 않고 경기를 한다든가 의욕이 부족하다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성적을 보고 선수들을 나약한 사람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 차라리, 실력이 없다고 해라. 그 편이 덜 모욕적이겠다.
 
  시즌 2/5선에서 타이거즈는 어떤 위치에 있게 될까. 불행히도 팬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과를 논하는 것 정도다. 내가 생각하는 올 시즌 타이거즈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은 순위를 깨끗이 포기하고 타자 유망주들을 우선적으로 기용하는거다. 2006년을 딛고 이용규가 없으면 안 될 주전으로 성장했듯, 올해를 딛고 김주형, 나지완, 김선빈이 주전급으로 성장하길 빈다. 발데스와는 몇년이고 함께 할 수 없을테고, 홍세완이 회복되어 유격수로 다시 나선다고 해도 유격수 홍세완을 쓰려면 반드시 부상에 대처할 훌륭한 내야수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용규가 거의 홀로 외로이 지키고 있는 외야도 든든한 외야수가 한 명은 있어야 할테고.
  실제로는 천차만별의 스타일을 한 카테고리에 묶는 것 같지만- 흔히들 '스몰볼'이라고 하는 야구의 스타일은, 실점을 최소화하면 어떻게든 타선이 몇 점은 벌어준다는 계산 아래 가능하다. 여기서 타선이 벌어야 할 점수는 당연히 예상 가능한 팀의 실점을 상회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투수들은 실점을 하기만 하면 진다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투구를 하지 못하고, 타선은 타선대로 위압감에 사로잡혀 하는 플레이로는 당연히 이길 수가 없다. 감독 또한 무리한 작전으로 스스로 득점 가능한 확률을 날리면서 '데이터 야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타이거즈 팬으로서의 나는, 선수들을 욕하지 않기 위해 / 야구를 보며 오히려 스트레스를 쌓지 않기 위해 팀의 순위를 포기했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이 재미있다. 실수를 하더라도 괜찮다. 그들은 아직 선배들이 경험했던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2/5선 - 다른 타이거즈 팬들은 어떤 심정으로 야구를 보고 계시는지?

간과했던 것 : 김상훈

2008/04/16 14:33
  어제 경기(9:10 재역전패)는 단두대 매치[...]의 극적인 승부를 보여줬습니다만, 타이거즈로서는 김상훈의 공백을 아프게 느낀 경기였다고 봅니다.
  조범현 감독이 작년에 배터리 코치로 부임했을 때 김상훈을 굴려서 최고의 포수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은, 김상훈 개인의 자질도 있었겠지만 팀 내에서 다른 포수 자원으로 답이 안나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권윤민은 왠지 포수로선 전력 외로 분류되는 것 같으니 제외하고, 차일목과 송산은 위기 상황에서 안정감을 주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 타이거즈의 포지션 중 취약하면서도 가장 보강이 되지 않았던 부분이 포수입니다. 요즘 쓸만한 자원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2시즌 내에 신인 지명에서 포수를 상위로 픽업해서 조범현 감독이 있는 동안 키워보면 어떨까 싶군요. 김상훈도 올 시즌 부상의 여파가 적다면 FA를 취득하고, 만 서른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당장은 김상훈과 함께 가더라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죠.
  신인 유망주가 보이지 않으면 다른 팀의 포수라도 데려왔으면 하네요. 홍성흔이 가능성 있는 선택이었는데 이제 두산에서도 다시 기용받는 분위기이니 (물론 FA도 있긴 합니다만) 트레이드도 쉽지 않겠죠.

  작년 시즌 '국민볼배합'이라고까지 욕만 먹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왔던 김상훈의 소중함을 몇 주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2008 타이거즈 경기를 바라보는 자세

2008/04/12 01:36
  기대치를 어긋나는 결과가 나올 때엔, 누구든 실망을 하거나 화가 나는게 인지상정입니다. 저야 처음부터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덜합니다만 팬으로서도 묵묵히 참고 바라보기 힘든 답답한 경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안타까움은 이해하지만, 아무리 외쳐봐야 상황은 바뀌지 않습니다. 경기를 하는 것은 선수들의 몫입니다. 지난 세번의 감독교체 경험으로부터 학습을 하지 못한 팬들도 있겠지만... 감독을 교체한다고 해서 갑자기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변모하지도 않습니다.

  절대적인 실력의 차이가 있는 겁니다.

  팬들을 안달복달하게 만드는 그 안타까운 장면들이, 분하지만 타이거즈의 실력입니다. 야구는 매 순간마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정점에서 빛나는 스포츠이지만, 분명한 팀 스포츠입니다. 개인 성적이 단순히 모여서 나오지 않는 팀 성적이, 결국 승수와 패수로 표시되는 팀의 성적이 현 상태입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는, 왜 그럴까 상황을 분석해보고, 상황에 맞게 기대치를 조정해야합니다. 그 이상을 바란다 해도 나오지 않으니까요. 팬들이 답답하다고 해서 선수들 대신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나설 수 없으니까요. 팬들의 염원이나 바람을 만들어내는 일은 가능하겠지만, 플레이 자체를 대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타이거즈의 전력은 약합니다.
  특히 타선이 약합니다.
  실점을 하면 지게 될까봐 선발투수가 아득바득 던지게 할 정도로, 하지만 정말 패배를 안겨 줄 정도로 약합니다.

  실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편하게 봅시다. 타이거즈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잘 안 돌아가고 있다는 포스팅은 차고 넘칠테니 - 그리고 저도 스스로 되뇌일수록 괴로우니 - 굳이 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큰 반전이 없는 한, 적어도 이 전력으로 8개 구단 중 3등 안에 드는건 무리입니다. 아주아주 운이 좋으면 4강에 어떻게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편하게 보자는건 어떻게 되든 상관도 말고 응원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눈물나게 안타깝고 분한 장면들을 계속 접하더라도 팬으로서 비이성적인 요구는 하지 말자는 얘깁니다. (희섭이 팔아버리자, 조범현도 갈아치우자 등등)

  인정하고 나면, 해야 할 과제들이 보입니다. 타선 리빌딩이죠. 그 동안 하지 않았냐구요? 변한게 없는데, 계속 해야죠. 전에는 자원이 별로 없어서라도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눈에 보이는 김선빈과 나지완을 '주전으로' 계속 기용하면서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봅니다. 조범현 감독은 1승이 중요한 시기라고 하지만,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

  V10을 노린다, 4강 전력이고 우승도 할 수 있다 - 구호는 참 멋집니다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라고 봅니다. 많은 타이거즈 팬들이 이번 시즌을 마음 편안히 먹고 타자 유망주들을 발굴하는 해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타이거즈의 개막 첫 주

2008/04/06 16:57
  윤석민 선수가 1승 1패를 거두었고 장래가 촉망되는 2루수 김선빈 선수를 발굴했습니다. 07시즌 타점머신이었던 최희섭은 선풍기스윙으로 일관하고 있고 불펜진은 유동훈이 홀로, 발데스에게선 서브넥의 향기가 납니다. 이 정도로 대충 요약이 되겠군요.

  투수쪽은 서재응-리마-윤석민-전병두 순서로 선발진이 형성된 듯 합니다. 확실한 선발 4인 로테이션이라는 식으로 보도가 되는데, 그건 오버가 아닌가 싶군요. 전병두가 첫 등판에 6이닝 노히트를 하긴 했지만 올 시즌 위기관리능력을 지켜보면서 두고봐야 할 듯 하네요. 그게 본인의 가장 큰 약점이었으니까요. 서클 체인지업이 추가되면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타자를 잡아내는 능력이 좋아진건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서재응과 리마가 메이저 출신이라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데... 리마는 나이, 서재응은 부상 및 컨디션 때문에 불안합니다. 리마가 작년의 스코비보다 얼마나 월등한 성적을 보여줄지에 대해 전 회의적입니다. 여름의 체력 문제도 있구요. 서재응도 동계훈련량이 부족하고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이 있죠. 둘 다 경기를 긴 이닝 동안 책임질 수 없으리라는 점에서 중간계투에 의존하게 될텐데 유동훈 외에는 믿음을 줄 만한 선수가 없죠. 4월 한달 동안 서재응이 어디까지 컨디션을 올릴 수 있느냐가 전반기 성적의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걱정은 항상 타선이죠. 타선의 무게감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비록 지금은 아무리 선풍기를 돌리고 있을지라도) 최희섭의 역할이 중요한데, 일단은 지금 같은 상태입니다. 아직까지는 지난 시즌 초반과 같은 안습 타선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최희섭과 발데스의 구멍이 크네요.
  중심타선에서는 최희섭이 역할을 못하고 있는 사이 장성호가 볼넷을 얻어 출루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까다로운 장성호 대신 최희섭을[...] 선택해서 승부하겠다는거죠. 최근 김상훈의 타격감이 좋기 때문에 하위타선에서 찬스가 날 경우가 많은데, 김선빈에게 번트를 지시하는 경우가 많고 발데스의 타격은 쉬어가는 타순과 똑같아서 점수를 내지 못하는 때가 대부분입니다. 김선빈의 타격이 나쁜 편이 아니고, 김상훈은 발이 빠른 편이 아닌데다 포수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김상훈을 통한 작전 수행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항상 김상훈 출루 후 김선빈 타석에선 번트를 지시하는군요.
  차라리 이용규와 김선빈을 1,2번으로 붙여 쓰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발데스는 앞으로 최소 10경기 이상은 지켜봐야겠지만 현 상태로는 계속 함께 가기 힘들지 않을까요. 초반 승률도 중요한데요.

  내야와 외야가 각각 한자리씩 비는 느낌인데, 김선빈과 나지완이 얼마나 성장할지와 최희섭과 발데스가 언제 제 몫을 해줄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외야는 이종범, 강동우의 타격이 애매하고 내야에선 유격수 자리의 발데스를 다른 자원으로 교체하기 어렵다는 난점이 있네요.

시즌 초반 역전승의 가치

2008/04/03 23:52
  오늘은 경기를 보지 못한터라 길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선발투수가 무너진 상황에서 금방(4회) 역전을 했다는 것, 두산의 결정적인 실책 2개가 바로 점수로 이어졌다는 것, 역전을 일궈낸 결승점이 최희섭의 홈런포였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네요.

  지난 시즌, 특히 시즌 전반기에는 타이거즈의 타선이 정말 형편없어서 선취점을 먼저 내주면 거의 역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도였죠.
  오늘 서재응이 나올 수 있는 등판 간격이었지만 컨디션을 조절해주기 위해 양현종을 선발로 세운 것, 성적에 대한 부담이 심했던 서정환 감독 아래에선 부리기 힘든 여유였다고 봅니다. 조범현 감독이라고 팬들의 극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은 임기 초니까요.
  그리고 홈런으로 인해 역전이 가능했던 것, 이게 타선의 결정적인 차이죠. 만약 발휘될 수만 있다면, 지난 시즌과는 달리 간단히 점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타자가 존재한다는 것.
  역전승의 경험이 선수들에게 큰 자신감이 되길 빕니다. 타선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투수가 몰리는 일도, 경기를 무력하게 포기해버리는 일도 적어지기를요.

  김선빈 선수는 오늘은 2타수 무안타였지만- 계속 선발 출장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지완 선수에게도 쭉 기회를 주고 있는 것처럼요.

덧 : 가르시아 무섭네요 ... (농담입니다, 하지만 사진 타이밍이 너무...)

타이거즈 경기, 마음 편히 보자

2008/04/02 15:52
  애태울 것도 없다. 지난 시즌에 충분히 경험했잖은가. 그나마 개막 3경기가 지난 지금, 아직은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

  2007시즌 개막 후 한달이 지났을 무렵, 타이거즈 주전 선수층의 타율은 일부 다음과 같았다.
  (2007년 5월 6일 기준)
  장성호 0.247 이용규 0.202 이종범 0.175 김종국 0.108 손지환 0.169
  100 타석을 넘었거나 근접했던 시점에서 이렇게까지 곤란한 타격을 하고 있었다.
  올 시즌에는 이용규가 타격에서 2006년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 - 그는 이제 무조건 밀어치지 않는다 - 손지환은 트레이드되었으며 이종범은 더 이상 주전이 아니다.

  물론 속 터진다는건 분명하지. 타이거즈가 3경기 동안 3득점(그리고 모두 개막전 점수)할 동안 롯데는 28득점 했으니까. 27이닝 동안 13안타를 쳐내는데 나도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 실제로 그렇게나 쳐내지 못하는 것을.
  올 시즌 기대치가 높았던 사람에게는 개막 후 3연패가 충격으로 다가오는가보다. 그러나 애초에 메이저리거의 합류라는 문구는 허풍에 지나지 않았다.

  선발진의 경우, 조범현 감독은 서재응이 팀에 합류한 뒤 컨디션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으며 캠프 기간 도중 햄스트링 부상도 당했다. 호세 리마는 무난한 피칭을 보여주긴 했지만 나이가 많으며 긴 시즌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지 체력과 구위가 염려스럽다. 윤석민은 지난 시즌 몸고생 마음고생을 한 뒤 마찬가지로 부상도 당해 컨디션이 좋지 않다. 타선이 변수가 되겠지만 그가 지난 시즌 전반기에 보여준 스터프를 똑같이 발휘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전병두는 몇년째 터지지 않는 로또 선발이며, 이대진은 마음 아프게도 다시 부상과 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선은 사실 답이 없었다. 최희섭이 가장 중심축이 되는 타선에서, 그는 두통으로 인해 캠프의 대부분을 소화할 수 없었다. 나지완은 신인이다. 중심타선이 전혀 중압감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 이용구/장성호나 하위타선이 다 같이 미쳐주지 않는 한 득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뛰는 야구를 한다지만 일단은 주자가 출루를 해야 주루 플레이를 하지. 발데스에게선 벌써 서브넥의 향기가 난다.

  결론은? 이걸 인정하고 마음 편히 보자는거다.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거의 좋지 않은걸 어쩌겠나. 최희섭은 본인의 오기일지 감독의 억지일지는 몰라도, 라인업에 억지로 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절대 제 켠디션은 아니다. 의무감에 휘두르기보다는 몸이든 마음이든 타격감이 맞춰질 때까지 휴식을 취하는 편이 팀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나을 것이다. 그래도 나지완은 김주형보다는 포텐션을 발휘할 준비가 된 듯하며, 이용규는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지켜보자.

타이거즈 서재응 영입

2007/12/08 00:26
  타이거즈 팬 블로그를 자처하는만큼 이 소식을 안 쓸 수야 없다. 서재응이 타이거즈로 온다. 계약금 8억, 연봉 5억, 옵션 2억의 조건이다. (총 15억)
  한달 전만 해도 직접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터라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타이거즈 팬 입장에서는 뜻밖에 호재가 터졌다. 반대로 서재응 선수의 MLB 도전을 계속 기다리던 팬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일 듯하다. 다년계약 가능성까지 나왔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구단으로서도 선수의 자존심을 챙겨주면서, 선수도 우선의 계약을 통해 시즌이 지난 향후 다시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도 있음을 노려 1년 계약에 합의한 것 같다.

  서재응이 부진했던 시즌 뒤에는 항상 언론이 타이거즈 복귀설을 지폈기 때문에 올 시즌도 '아아 지나가다보다'한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겨울도 마찬가지였는데, 스포츠지의 소설 쓰는 능력은 날로 향상되는 것 같다. 영입과 관련해 선수가 50억을 요구했다는 최초의 보도는 물론 거짓이었고, 20억원이다 30억원이다 45억원이다 구단 관계자의 말까지 빌려가며 구체적인 액수를 '인용하는 척'했던 보도도 거짓이었다. 궁금한 내용을 대충 지어서 기사화하는게 저널리즘인가? 아니면 구단의 언론플레이라고 할건가?

  이대로라면 불운한 선발 윤석민 + 로또 외국인선수 2명으로 선발진을 구성할 수 밖에 없었던 타이거즈로서는 확실한 에이스를 손에 쥐게 되었다. 윤석민이 올 시즌 처음 1선발로 나서 괜찮은 투구를 보여준 건 사실이지만, 아직 터프한 면이 부족하고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다음 시즌 컨디션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외국인 투수도 스코비보다 꼭 나은 선수를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서재응의 합류로 외국인 선수 없이도 수준급의 선발투수 둘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외국인 선수 둘 중 하나는 타자를 영입할 수 있는 여유도 얻었다. 팀 전력 정비의 큰 궤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력 보강 작업의 방향은 이제 투수에서 타자 쪽으로 기울었다. 서재응에게 2007 윤석민과 같은 7승 18패를 안기지 않으려면, 타선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국인 타자를 거포 외야수로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텐데(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조범현 감독은 생각이 다른 듯하다. 일단 일간스포츠의 보도를 따르자면 수비가 되는 내야수를 구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유격수 자리의 공백을 우려하는 것 같다.
  무리하게 FA 선수를(가령 이호준) 영입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하면서 타선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2008시즌이 되었으면 한다. 이런 흐름에 서재응 선수가 팀의 에이스로서, 그간 리더 역할을 하는 이가 없었던 선수단에 활력소가 되길 기대해마지 않는다.

기아 타이거즈 극간략사

2007/12/07 00:14
  타이거즈 극간략사

  해태 타이거즈
  프로야구 출범 이후 19시즌 동안 한국시리즈 9차례 우승

  해태 말엽
  김성한 감독
  2000년 11월  2일 김성한 감독 계약 : 계약기간 3년

  KIA 타이거즈
  2001년  8월       해태 타이거즈 인수, 기아 타이거즈 창단 (단장 정재공)
  2002시즌 : 정규시즌 2위 / 플레이오프 패배(LG)
  2003시즌 : 정규시즌 2위 / 플레이오프 패배(SK) : 포스트시즌 5연패
                 김성한 감독 재계약 : 계약기간 2년
  2004년  7월 26일 김성한 감독 시즌 중 경질 : 잔여계약 1년 이상 / 당시 팀순위 5위
                         유남호 감독대행 임명
  유남호 감독
  2004시즌 : 정규시즌 4위 / 준플레이오프 패배(두산) : 포스트시즌 7연패
  2004년 10월 13일 유남호 감독 계약 : 계약기간 2년
  2005년  7월 25일 유남호 감독 사임(사실상 시즌 중 경질) : 잔여계약 1년여 / 당시 팀순위 8위
                         서정환 감독대행 임명
  서정환 감독
  2005시즌 : 정규시즌 8위
  2005년 10월  3일 서정환 감독 계약 : 계약기간 3년
  2006시즌 : 정규시즌 4위 / 준플레이오프 패배(한화) : 포스트시즌에서 연속된 패배
  2007시즌 : 정규시즌 8위   
  2007년 10월  9일 정재공 단장 해임, 김조호 단장 임명 (단장 김조호 | 부단장 이영철)
            10월 18일 서정환 감독 사임(사실상 경질 / 총감독(명예직)) : 잔여계약 1년
                          조범현 감독 임명(내부승진) : 계약기간 2년

  약 7년에 걸쳐 이제 네번째의 감독. 재계약에 한번 성공했던 김성한 감독을 포함해 4년 동안은 두 차례, 감독을 시즌 중 경질했다. 그러고서야 정재공 단장은 책임을 진다며 물러났다.

  한국 프로야구는 구단 프런트가 '책임에 비해' 권한이 막강하다. 프런트는 감독이 변변찮은 팀을 끌고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시켜도 '구단과 관계가 좋지 않다'며 해임시킬 수 있고(김성근 감독 LG 시절), 팀의 주전/핵심 선수라 해도 선수협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훌쩍 트레이드 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는 경기 중 선수의 특정 플레이를 지시하기까지 한다.
 
  (다른 나라) 다른 리그에서는 원래 단장이 팀 운영을 하지않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단장이 선수단 운영, 감독이 경기 운영이라는 역할 분담이 확실한 MLB에서는 책임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맞게 설정되어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프런트가 코칭 스태프 인사권, 선수 영입, 경기 운영 등 모든 부분에서 일정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역할 분담을 한 관계라기보다, 구단 프런트가 현장(감독)의 정치적 상위관계에 놓여 있다고 보는게 타당할 터다.
  물론 현장의 감독이 지닌 권한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맞는 부분도 있다. 실무적인 부분에서는 감독이 팀의 전반을 관장할 수 있으니까. 특히 프런트와 신뢰 관계를 쌓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더 중요한건 프런트가 감독 위에 정치력을 가지고 군림한다는 점이다. 감독이 권한이 있는 모든 부분에서 프런트가 정치적 우위를 가지고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영향 관계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가 받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언론이고 팬이고 성적에만 신경을 쓰는 탓에, 팀과 관련된 비난의 화살은 모두 감독에게만 쏟아진다. 선수단 운영에 관한 부분은 프런트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을텐데도, 그쪽에서도 같이 현장으로 책임을 쏘아붙이면 그만이다. 성적이 심할 때에는 감독을 경질시키면 팬들은 기대감에 금방 환호를 보낸다.

  기아 타이거즈의 역사에서 정재공 단장의 사퇴가 평가 받아야 할 지점은 이 부분이 아닌가 싶다. 당연히 구단 프런트가 팬과 커뮤니케이션하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을 탓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팬들과의 충돌이 없었다면, 성적이야 어찌되었든 좀 더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재공 단장이 사퇴하면서, 그 동안의 타이거즈 팀 운영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다. 같은 기간 감독은 몇번이고 바뀌었지만 단장직은 그대로 유지되어 왔는데, 그가 파워 넘치는 단장이었다는 사실은 야구계에 익히 알려져 있다. 자신의 뜻대로 팀을 운영하기 위해 일부러 신임 감독에는 내부 인사를 승진시켜 왔다는 (잘 받아들여지는) 루머도 있다. 경기 오더를 직접 짰다든가 선수의 플레이를 지시했다든가, 어떤 코치들에 대해서는 자기 관리하에 두었다는 루머도 있다.
  루머는 당사자들이 사실관계를 밝혀주기 전에는 루머일 뿐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도 정 단장이 팀 운영에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많았다. 거액 FA 선수들의 영입과 선수 트레이드 등으로 그는 전력 보충을 이름값 있는 노장 선수들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이를 두고 (그는 농구단 단장을 경험한 적이 있다) '농구에서 그랬듯 선수 몇명을 데려와 전력을 업그레이드하려 하지만 야구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세간의 평도 있었는데, 실제로 영입한 선수들은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타이거즈에서 노쇠화된 경우가 많았다. 이 사이에 주전 라인업에 젊은 유망주가 성장한 경우는, 기회조차 타팀에 비해 꽤나 드물었다. 이것이 문제라면 전력 보강의 방향을 잘못 잡았던 정 단장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지만, 감독이 성적을 못냈다고 경질된 적은 있어도 단장이 팀 구성을 잘못 했다고 평가를 받은 적은 거의 없는 듯하다.

  올 시즌 SK에 김성근 감독이 취임할 때, '프런트와 불협화음을 자주 일으켰던' 전력을 들어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SK는 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기간에 김성근 감독이 SK 프런트와 마찰을 일으켰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대하기 나름이다.
  '현장에 간섭하지 말라'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가장 좋은 것은 프런트와 현장이 각기 동등한 위상을 가지고 책임 분야를 나눠 갖는 것이다. 만약 한국 야구 문화에서 아직 이르다고 하면, 그때야말로 현장에 간섭이라도 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감독에게만 팀 성적의 잣대를 들이대는 평가 문화로부터, 구단 운영진에게도 팀 운영의 평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