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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7 명품 주민이 되라고? (2) - 서진휘

명품 주민이 되라고?

  서울 모처의 (새로 지은지 몇년 안되었을 뿐인) 아파트에 살고 있다.
  저녁때쯤 벽에 부착된 안내회선으로 낯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파트 부녀회장이라 소개하며 깍듯한 인사를 올리는, 드라마에서 자주 들음직한 교양 있는 척하는 음성.
  얘기인즉슨 관리사무소 건물에 라운지 같은걸 만들었는데, 쉴 공간을 두고 음료 등을 비치하고 무료로 제공한다는 거였다. 비용은 관리비에서 나가는게 분명함을 생각할 때 얼마만큼의 동의를 얻고 대공사를 벌였는지 모르지만 - (층 하나를 인테리어를 새로 했더라) 그건 일단 좋다.
  다만 부녀회장이 많은 이용 바란다면서 하는 얘기가 걸작이다.

  평소 이웃들과의 교류를 원활히 하고자 해도 적절한 공간이 없어
  > 농경 사회도 아니고 서로 품앗이를 해줄 것도 아니고 평소엔 낯선 사람 출입에 그렇게나 신경쓰면서, 단체로 모여서 뭔가 할 그런 공간이 많이도 필요했나보다. 아니 뭐 좋다.

  우리 아파트의 품위에 맞는
  > 결국은 거주공간의 수준이 대체로 차별이 되는건 사실이지만, 수백 수천 세대가 공동으로 살고 있는 아파트란 이제 품위까지 챙겨야 할 공간이다.

  많은 이용 바라면서 우리 아파트의 품격에 맞는 주민이 되시길 바랍니다.
  > 뿜었던건 이 부분. 라운지 만들었다는 방송이 어인 뜬금없는 새마을 계도 방송이 되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품격이라는 것이 관리사무소 층 하나를 통째로 새단장해서 사교장소를 만들어야 할 녀석인가보다. 쉴 공간이 생긴다면 아무튼 이해해 줄 순 있다. 어차피 지역 사회를 위해서라기보다 아파트 체면용으로 하나 만든거겠지만.
  아마도 이 문장의 원 뜻은 '모처럼 이렇게 만들었으니 부디 들러주셔서 우리 아파트의 나날이 상승하는 (혹은 상승하기 바라마지 않는, 집값과 더불어- ) 격조를 느껴보십시오'일 것이다. 이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아마도 상투적인 어투로 썼을 터다.
  그러나 그딴거 왜 하는지 참 모르겠는 사람에게는, '우리 아파트 잘났지 다 같이 동참해서 잘난체하자'라는 문장은 '너도 같이 고상한 척하고 값비싼 권위를 좀 가져봐'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게 들린다. 근데 그 아파트란게 그렇게 잘났나?

  방송만 듣지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을거다. 역겨웠다.

덧 | 수정해야 할 게 있다.
  잘 생각해보니 품격에 맞는 주민이 되라는 우아한 수사도 아니었다.
  명품 아파트 / 명품 주민이 되라는 재미없는 얘기였다.

덧2 | 단지 안에 현수막까지 걸어놨다. 名品 아파트의 名品 사랑방 ...
  단건 내가 아닌데 내가 많이 부끄럽다. [...]
2008/07/27 03:11 2008/07/27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