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소녀 오타쿠걸 1권

망상소녀 오타쿠걸 1 - 6점
나츠미 콘조 지음/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이 책의 띠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야오녀의 눈으로 사랑을 하고 있어요♡ 야오녀들의 필독서!!]

  그런데 모 지인의 협찬으로 읽게 된 저의 소감으론, 이 문구는 작품을 요약하는데 별로 쓸모있는 도구가 아닙니다. 뒷면에 써둔 [남자 오타쿠들의 리얼 스토리가 <현시연>이라면, 여자 오타쿠들의 리얼 스토리는 바로 이것!!]이라는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작품은 야오녀의 눈으로 '사랑'을 하고 있지 않으며 야오녀들의 '필독서' 또한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쓸데없는데 태클을 거는게 제 장점입니다)

  작품은 제법 재미있었습니다. '남의 망상을 보고 깔깔거릴 수 있다'는건 유쾌한 일이라서요. 망상의 주된 내용은 부녀자들의 커플링 현실 적용입니다. 누구와 누구는 커플링하면 참 재미있겠다 어울리지 않니? 누가 수일까? 뭐 이런 것 말이죠. (클래스메이트를 썩은 눈으로 바라보지 말자는 누구의 충고는 무시합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내용은 부녀자스러울지언정, 작품이 구현하고 있는 구도는 친구 부녀자들을 관찰하는 입장의 남학생 주인공의 시점에서 그려진다는 것이죠. 시점이 뒤바뀌면서 관찰을 하는 대상이 다시 독자로 하여금 관찰을 당하는 이중 구조를 만들었는데요.
  여기서 다시 상기해야 할 점은 이런 구조는 부녀자의 시점으로 세상을 구성해서 보여주는게 아니라, 그걸 관찰해나가고 이해하려고 하는 남성의 시선을 보여주기에 알맞은 틀이라는 것. 망상의 내용도 가지가지지만 그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배리에이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적당히 가벼운데, 물론 야오이가 소재인 야오이 만화에 너무 많은걸 바라면 안되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소재만 빼곤 딱히 여성향도 아닌 이 작품이 야오녀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할 이유를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홍보문구라고 해도 말이죠.

  더구나 '야오녀의 눈으로 사랑을 한다'라고 하는건 더더욱 상상하기 어렵네요. 우선 '사랑'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린 고등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이 작품에서 가장 뚜렷하게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남주인공 아베 혼자 정도일까요. 아사이는 망상의 세계에서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커플링에 지속적으로 두 남자친구들을 대입시키지만 자기가 사랑의 대상이 된다는걸 굉장히 상상하기 힘들어하죠. 1권의 마지막에서 겨우 다른 커플링을 생각해냄으로써 자신을 망상의 일부로 대치시켜놓지만 여전히 그 불안한 연상관계는 사랑이라는 직접적인 형태의 주문에는 어긋나지 않나요? 그러니까 '야오녀의 눈'으로 사랑을 한다는건 더더욱 어불성설인거죠.

  구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사이를 짝사랑하는 아베의 당황에 당황을 잇는 반응들이 그저 귀엽습니다. 노멀/여성향/남성향 가리지 않는 취향을 가진 분이라면 적절히 웃으면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동인녀들의 구미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 쪽이 아닐까합니다.
2008/08/03 23:59 2008/08/0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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